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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난에 보증금 반환분쟁 봇물

김 만성 2008. 12. 1. 22:42

역전세난에 보증금 반환분쟁 봇물

 

2008.11.30


집주인이 이자 대납도

경기침체로 이사 수요가 확 줄면서 세입자가 없어 전세물건이 남아돌고 전세금이 하락하는 '역전세난'이 극심하다.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등 최근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진 지역일수록 상황이 심각한 상태다.

전세금 하락으로 보증금 중 일부를 돌려받으려는 세입자와 집주인 간 분쟁도 속출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전세금 하락분에 대한 집주인의 은행 대출이자 대납 △은행 대출을 통한 집주인의 전세금 반환 △전세금 반환 지연에 따른 세입자의 소송 등 예전에 볼 수 없던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2007년 1월 역삼동 L아파트 109㎡를 4억1000만원에 전세 놓았던 A씨. 그는 계약 갱신 시점을 앞두고 세입자에게 시세가 3억5000만원으로 떨어졌으니 보증금 중 6000만원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들었다.

당장 현금자산이 없는 그는 6000만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세 만기가 지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집주인과 다툼을 벌이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109㎡에 전세를 살고 있는 B씨. 2년 전 2억9000만원에 이 아파트에 전세를 구한 B씨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지만 전세가 빠지지 않아 집주인과 계속 갈등을 겪었다.

그는 최근에 대안으로 '은행이자 지급'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B씨는 "전세가 11월 만기인데 집주인이 전세가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전세금 지급을 미뤄왔다"며 "우리도 사정이 있기 때문에 줄기차게 요구한 결과 12월까지 전세금을 빼주지 않으면 그 다음부터는 전세금 2억9000만원에 대한 은행이자 8%가량을 매월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주인은 하루빨리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2억원까지 내렸지만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다"며 "집주인 사정도 있지만 우리도 계획대로 이사를 가야 하므로 2억9000만원은 전세가 나가면 받되 우선적으로 은행이자부터 받기로 각서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잠실 일대 진주, 장미, 미성 등 낡은 아파트 집주인들이 받은 타격은 더욱 크다.

세입자 중 엘스, 시영 파크리오 등 새 아파트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천동 H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금이 떨어지면서 집주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세입자에게 3000만~4000만원을 돌려주고 재계약을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갚거나 차액만큼 은행이자를 지급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부 세입자들은 전세금 확보를 위해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한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세입자가 우체국을 통해 내용증명서를 만기 한 달 전(만기가 지난 후에는 두 달 전)에 통보하면 만기일이 지난 이후에는 전세금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며 "최근 시장에서 우위에 선 세입자 가운데 내용증명을 이용하는 사례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세금 반환에 대해 법원의 조정신청과 소송까지 이뤄지면 이자율이 20%까지 올라갈 수도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역전세난 해소의 조짐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단지 입주가 시작된 지역은 평형을 불문하고 전세금 시세가 비슷한 곳도 나타났다.

지난 9월 3226가구 입주가 시작된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는 87㎡(25평), 112㎡(33평), 132㎡(40평) 145㎡(44평) 전세금이 1억5000만~1억6000만원대로 별 차이가 없다.

중도금 대출을 많이 받은 집주인들이 비싼 대출이자를 내느니 헐값에 전세를 내주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11월에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에 입주한 C씨는 "이 아파트는 지난 9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율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며 "빈집들이 많아 밤이 되면 솔직히 무서운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대단지들이 '무섭고 어두운 주택단지'로 변모했다는 얘기다.

[심윤희 기자 / 장용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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