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뛰어도 집 사기는 아직…
매일경제 | 입력 2010.02.11 16:41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105㎡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김영옥 씨(45)는 한동안 청약통장을 아끼기로 했다. 양도세 감면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해 김포 한강신도시와 경기 고양 삼송지구 견본주택에 들러 대출상담도 받았지만 가격이 과연 오를까 싶어 망설였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광교신도시와 은평뉴타운 중대형 아파트에도 두 차례 청약했지만 당첨되지 않았다. 그는 "분양받는다고 다 오르는 때는 지났으니 신중해야 할 것 같다"며 "전셋값이 올라도 일단은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분양을 줄이고 신규 분양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양도세 감면 혜택이 11일로 종료되면서 주택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연초 광교 등 청약시장 일부를 제외하면 부동산 시장이 이렇다 할 상승세를 찾기 힘들어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114가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 890명을 대상으로 '2010년 1분기 주택거래소비자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 아파트를 분양받겠다는 응답자는 218명(24.5%)으로 지난 분기보다 6%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집을 분양받겠다'는 응답자가 꾸준히 늘었으나 1년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9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확대된 이후 기존 주택보다 대출규제에서 자유로운 신규 주택이 부각됐다. 양도세 감면 혜택까지 겹치면서 주택 수요자가 청약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가 양도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고조됐던 분양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광교신도시 등 인기 청약단지의 당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비청약자들이 쉽게 청약통장을 꺼내지 않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는 미분양 단지가 다시 늘어나는 반면, 위례신도시와 보금자리지구 등 알짜 단지 분양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통장을 아꼈다가 인기 지역 당첨 확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김윤신 부동산114연구원은 "세제감면 혜택이 끝나면서 신규 분양을 받으려는 동인이 다소 감소했다"며 "청약 수요자들이 분양사업장 투자가치와 입지 등을 꼼꼼히 살피게 돼 선호도 높은 곳으로만 수요자가 몰리는 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집 살 때가 아니다'며 내집 마련을 미루는 전세입자들도 늘었다. 전세로 거주하는 서울ㆍ수도권 수요자 280명 중 20%만 향후 6개월 이내 집을 사서 이사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2007년 3분기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전세로 계속 머물겠다는 응답자는 78%에 달했다. 전셋값이 지역에 따라 5~20%까지 올라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졌지만 집을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응답이다.
가장 큰 이유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가격수준을 평가하는 주택가격평가지수는 2010년 1분기 기준 109.8로 3분기 만에 하락세를 띠었다. 지난해 초반에는 매매가가 회복되고 거래가 늘면서 가격평가지수가 140까지 올랐으나 하반기 이후 매수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미래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 역시 낮아졌다. 거주주택의 6개월 후 가격을 전망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1로 2분기 연속 떨어졌다. 김윤신 연구원은 "경기가 뚜렷하게 상승한다는 지표 없이는 단기간 내에 집값이 오르기는 힘들다고 판단하는 응답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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