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31부동산 대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하반기에는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것이다 ."
올 초부터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정부 당국자들이 귀에 못이 박히게 강조해 왔던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론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추석연휴 이후 전문가조차 `미쳤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주택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기로에 섰다.
더 이상 내놓을 대책도 마땅치 않다.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이 때문에 `초대형 정책실패`에 대한 인책론이 확산되고 있다.
◆ 부동산 규제 포화상태 = 보유세ㆍ대출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12월 종합부동산세 부과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해주기 바라고 있지만 매물 부족과 호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실현성이 낮아보인다.
참여정부 들어 10ㆍ29대책(2003년) 8ㆍ31대책(2005년) 3ㆍ30대책(2006년)으로 이어진 `초강력 정부 부동산대책`은 공급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규제를 발표한 후 잠시 주춤했던 집값이 다시 뛰면 또다시 강력한 규제를 추가 발표하는 식이었다.
밑돌 빼서 윗돌로 괴는 식의 돌려막기식 부동산 정책이 반복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대다수 시장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규제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에 추가로 내놓을 규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 시기 놓친 공급확대 정책 = `주택 공급 확대를 부동산 정책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시장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규제 일변도로 정책을 짜던 정부가 요즘에야 태도를 바꿨다.
지난달 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인천 검단신도시 등을 발표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규제로는 집값 안정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공급 확대 효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최근 집값 급등세에는 속수무책이다.
신도시 건설은 통상 `신도시 개발방침 발표→지구지정→개발계획→토지보상→실시계획 승인→용지 공급→분양→입주`의 개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돼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 분양에 들어가기까지 줄잡아 4~5년가량이 걸린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을 비롯한 당국자들은 "3~4년 후에는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말을 잇따라 흘리고 있다.
당장 살 집을 구할 수 없는 무주택자와 전ㆍ월세 세입자에게 `속` 터지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참여정부가 초기부터 시장에 귀를 기울여 공급 확대에 나섰어야 했다"며 "그랬다면 그 효과가 지금쯤부터는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시장 관점에서 다뤘어야 했는데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 "이제 어쩌나…" 무력감 팽배 = 최근 들어 청와대 재경부 건교부 등 부동산 관련 부처는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보유세ㆍ양도세 등 세제 강화 대출규제,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 활용 등 어지간한 규제는 이미 나 나온 상태"라며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 세금 강화를 비롯해 강력한 추가 규제를 내놓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정부의 정책 목표는 집값 이상급등 현상을 가급적 빨리 진정시키는 것"이라며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에 먹혀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핵실험도 잡아먹은 집값인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 부동산대책을 만들었던 장본인들마저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분위기다.
부동산대책에 깊숙이 간여했던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은 지난 1일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정문수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전문가인가"라는 질문에 "전문가가 아니다"고 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진우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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