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너진 초고층의 꿈, 상암DMC 가보니…
조선비즈 허성준 기자 입력 2012.06.05 15:16 수정 2012.06.05 16:32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아파트2단지 인근. 이곳에 있는 상가건물에 올라가 정면을 내려다보니 133층,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건물로 계획됐다가 1일 전면 취소된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 부지가 보였다. 발목 높이의 풀들만
무성한 이곳은 높은 철제 펜스에 막힌 채 방치돼 있었고, 사업 진행이 답보상태였음을 말해주듯 어떤 사업 부지인지를 알리는
표시문구도 전혀 없었다.
↑ 무산된 133층짜리 랜드마크 빌딩 조감도./조선일보DB
↑ 사업이 취소된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 부지 전경./조선일보DB
부지 인근에서 만난 상암월드컵파크 아파트 주민 신모씨는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사업이 예정과 달리 미뤄지고 있고, 올해
들어서는 사업이 전면 취소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며 "2015년이면 쇼핑몰, 아쿠아리움 등등의
시설이 동네 앞에 생길 것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뭐가 생기더라도 시간이 더 길어질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 "결국 없던 일로?"…좋다 만 상암DMC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은 사업 초기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공모에서 선정된 서울라이트타워는 2008년 11월 계약체결
기한을 열흘 앞두고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 확보 및 투자성 약화 문제로 계약체결 기한연장을 신청했다. 용지 매매계약은
2009년 4월 체결됐지만, 지난해 6월 서울라이트타워는 당초 협의한 원안대로 사업하면 1조1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사업계
획 변경을 요청했다. 끝내 서울시는 1일 토지대금 납부 연체 및 계약 내용 불이행을 이유로 서울라이트타워와의 사업 계약을 취소
했다.
랜드마크 빌딩의 사업 취소가 현실화되면서 인근 아파트 및 오피스텔 및 상가운영업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파트·오
피스텔·상가 분양 당시 분양업체·중개업소 등등에서는 랜드마크 빌딩의 후광효과를 중점적으로 홍보했는데, 사업 취소에 대해 책
임지는 주체는 아무도 없다는 것.
랜드마크 빌딩 부지와 바로 붙어 있는 '상암 카이저팰리스' 인근의 S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랜드마크 빌딩 사업이 지연되는 줄
은 알고 있었지만 없던 일이 될 줄은 몰랐다"며 "랜드마크 특수가 있다고 홍보했는데 이 아파트를 지은 우림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사업부지와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C커피전문점 사장도 "인테리어 비용 등 선(先)투자금액이 많아 랜드마크 빌딩이 빨리
올라가기만을 바랬는데 아예 취소됐다니 허탈"하다며 "당시 분양·임대를 담당하던 사람들은 랜드마크 빌딩으로 유동인구가 1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했는데 어디 말할 데도 없다"고 말했다.
◆ 아파트 가격도 1억~2억원씩 뚝뚝…"서울시의 선택이 중요"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 인근의 아파트 가격은 용지 계약 시점부터 현재까지 줄곧 하락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사업 용지와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상암월드컵파크4단지의 공급면적 109㎡형은 2009년
하반기 당시 7억9500만~8억원을 기록했지만, 현재 6억3000만원 수준으로 약 1억4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이보다 큰 평형인
132㎡형은 입주 시점부터 11억~12억원을 유지하던 가격이 현재는 8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부지 맞은편의 월드컵파크2단지는 공급면적 83㎡형은 최근 인기있는 소형임에도 2010년 3월 4억8500만원에서 현재 4억2000만원
선으로 5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되면서 '제2의 목동'이라 불리던 상암동도 가격하락세가
지속됐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랜드마크 빌딩 계획이 전면 취소되고, 새로 어떤 건물이 들어설지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서울시의 발표가 아파트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당초 계획대로 초고층 랜드마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분위기"라며 "될 수 있는
대로 조기에 용지 활용방안을 다시 구상해 재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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