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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공화국 대한민국] 대형 커피 브랜드 2년 안에 교통정리?

김 만성 2011. 6. 4. 11:12

[커피공화국 대한민국] 대형 커피 브랜드 2년 안에 교통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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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1.06.04 09:59

 

◆ 커피공화국 대한민국 언제까지 ◆지하철 4호선 수유역을 나오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커피숍을 찾는 애플리케이션 'iNeedCoffee'를 켰다. 순간 다양한 커피전문점 로고가 스마트폰 창을 가득 메웠다. 100m 이내에 족히 10개가 넘는 커피전문점이 떴다.

수유역은 약과다. 서울 시내 주요 상권과 역세권, 대로변 등은 더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커피 브랜드가 등장하는가 하면 도저히 들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자리까지 커피전문점이 버젓이 들어선다. 커피 전쟁이다.

↑ 삼성동 코엑스몰 지하상가에 커피점이 여럿 몰려 있는 모습.

↑ 서울 강남대로에서 스마트폰의 커피숍 찾기 애플리케이션을 켜자 다양한 커피전문점 로고가 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KB카드 가맹점 183만개 매출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2010년 4분기 서비스자영업 경기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매출은 지난 2008년 2분기 대비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맹점 수는 175%가 늘어 매출액 증가율의 5배나 된다. 당연히 매장 간 커피 경쟁은 더 뜨거워졌다.

과연, 과열 양상을 띠는 커피전문점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점을 찍고 구조조정을 겪게 될 지와 커피전문점을 둘러싼 기현상들을 조명해봤다.

상권 보호 없이 우후죽순 출점
1년도 채 안 돼 문 닫는 매장 속출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마포 홀리데인호텔 반경 200m 내 커피전문점만 10여개가 넘는다. 상가점포를 전문적으로 매매하는 S부동산에는 일대 커피전문점 매물이 3~4개 들어와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커피 브랜드도 매장을 연 지 1년도 채 안 돼 매물로 나왔다. S부동산 관계자는 "얼마 전에도 한 곳이 1년도 못 버티고 나가 타 업종으로 변경했고 최근에도 몇몇 점포주들은 그만둘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커피전문점이 폐점하거나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상권 보호가 안 돼서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주변에 경쟁업체가 적고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라고 해도 얼마 안 있으면 대형 커피 브랜드가 들어서곤 한다. 대형 브랜드 출점으로 주변의 여러 커피전문점이 문을 닫게 된다. 이와 반대로 이미 대형 브랜드가 독점한 상권도 여러 종류의 커피전문점이 생겨나면서 매출 나눠 먹기식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통상 상권은 점포로부터 반경 500m를 1차 상권, 반경 1~2㎞를 2차 상권, 1, 2차 상권을 벗어난 지역을 3차 상권으로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유동인구를 조사해 판매액을 산출한다. 가령 1인당 월 커피 소비금액이 3만원이고 상권 내 유동인구가 3000명인 경우 9000만원의 소비시장이 형성됐다고 본다. 아무리 잘나가는 커피전문점이라도 한 달에 1억원 이상 벌기 힘들다는 소리다. 여기서 상권 내 동종업종 점포 수를 나누면 각 점포 예상 매출은 더 줄어든다.

아무리 상권이 뛰어나고 좋은 입지를 선정했다고 해도 이미 그 상권 업종이 포화 상태라면 개점 의미는 없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점포를 개설해주는 프랜차이즈 본사도 많다. 그렇다 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 사이에 언쟁을 넘어 상권 소송까지 벌어진다. 올해 500호 점포를 돌파한 카페베네는 올 초 목표 매장 수를 800개로 높여 잡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상권 침해를 우려한 가맹점주들 반발이 심해지자 최근에는 출점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상권 보호 문제는 가맹점주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인 만큼 인근 지역 출점 시 인근 점주 동의 없이 개점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익성 갈수록 악화
"하루 250만원씩 팔아도 임대료 내기 빠듯해"


상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포 수익성도 급격하게 떨어지는 중이다.

A커피 점포개발자는 "커피 브랜드와 점포 수가 급증했지만 커피 수요층이 더 빠르게 증가해 매장당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하지만 중심상권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점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대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수익성도 악화됐다"고 전했다.

장경철 상가114 이사는 "점포 개설 비용에는 보증금과 권리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더 큰 비중은 매월 부담해야 하는 월세다. 비싼 월세를 부담하는 경우 수익구조를 맞추지 못해 얼마 되지 않아 폐점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통상 중심상권에서 165㎡(약 50평) 기준 권리금은 2억~7억원, 월 임대료는 보증금에 따라 다르지만 1000만~700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매월 최소 1000만원의 임대료를 내기 위해선 하루에 250만~350만원을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통 가맹점 매출액 구조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0% 정도. 나머지 70% 중에서 임대료,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를 제외하면 평균 순수익률은 30% 내외다. 하지만 임대료가 갈수록 올라가면서 수익률이 20% 초반대에 머무는 곳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중심상권을 피해 외곽이나 지방 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묻지마'식 커피 창업자 급증
예비 창업자 10명 중 7명은 커피 창업


준비 없는 '묻지마'식 카페 창업도 과다 경쟁과 조기 폐점을 가져오는 요인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컨설팅업체 MK창업이 최근 예비 창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76%가 '가장 창업하고 싶은 아이템'으로 '카페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이 커피전문점 창업을 원하는 셈이다.

커피전문점 창업비는 프랜차이즈인 경우 평균 5억원(132㎡ 기준) 정도다. 최고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므로 실제 2억~3억원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다. 개인 커피점의 경우 입지에 따라 다르지만 드립커피점일 경우 7500만~1억원, 직접 원두를 볶는 로스팅커피점일 경우 1억2000만~1억5000만원 선이다.

문제는 철저한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거나 뛰어들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곽병철 전 카페베네 가맹사업본부 이사는 "남들도 하니 나도 해볼까 하는 식의 예비 창업자들이 꽤 많다. 얼마 전에도 한 꽃집 주인이 가게 옆에 자투리 공간이 있어 커피숍을 낸다고 하기에 커피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물어봤지만 아무것도 몰라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물론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없더라도 창업이 가능하다. 본사 매뉴얼에 따라 매장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이 됐다. 소비자 입맛과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커피의 ABC도 모르고 가게를 운영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

이형석 비즈니스유엔 원장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향후 2~3년 이내에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로스팅 기술이 특별한 자영업자들이 틈새 커피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획일화된 커피전문점 인기 시들
직접 커피를 볶아주는 로스터리 카페 대두


소비자들 커피 취향과 입맛도 고급화되고 있는 점도 기존 평범한 커피전문점이 도태되는 이유다. 최근 몇 년 새 특별한 맛을 찾는 스페셜티시장이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전문점은 문만 열면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왔다. 하지만 요즘엔 맛이 없으면 발길을 돌린다. 특히 커피 마니아들은 직접 매장 안에서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 카페를 선호한다. 한 달 혹은 몇 개월 전에 다른 곳에서 볶아 온 커피는 아무래도 맛과 신선도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즉석로스팅시장이 커지면서 로스터리 카페도 급증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100여곳에 불과하던 로스터리 카페가 현재 전국에 3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손으로 직접 커피를 내려 먹는 드립방식 커피전문점도 인기다. 드립커피는 미세한 맛의 차이를 내기 때문에 마니아들이 즐겨 먹는다. 직접 갓 볶은 원두를 사서 집에서 먹는 '홈카페'족들도 늘어났다. 덕분에 온라인에서 전문적으로 로스팅 원두를 판매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로스터스빈, 베라커피, 세비앙 등이 오픈마켓에서 유명하다. 온라인 로스팅 원두 판매시장만도 연간 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곽 전 이사는 "그동안 양적으로 팽창된 커피산업이 세분화되고 특화된 형태로 진화하는 중이다. 미국에서도 스타벅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커피 맛이 뛰어난 '인텔리젠시아' 커피나 '스텀프타운' 커피 등이 고객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로스터리숍 등 개인 카페 숫자는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커피뿐 아니라 디저트 메뉴도 커피전문점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음료를 개발하거나 경쟁력 있는 디저트 메뉴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커피전문점도 등장했다.

인터뷰 이정복 카페베네 가맹점대표협의회장 겸 건대역점 대표

"커피 원가 오르고 점포경쟁 치열해져"

카페베네는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브랜드다. 5월 말 현재 578호점을 돌파했다.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15개의 직영점포를 제외하고 나머지 점포는 모두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매장이다. 지난해 12월 카페베네는 가맹점대표협의회를 구성하고 초대 회장으로 이정복 건대역점 대표를 선임했다. 현재 약 470여명의 점주들이 이 협의회에 가입했다.

가맹점대표협의회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카페베네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가 500명이 넘는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가맹점주들 요구사항과 목소리가 다양해졌다. 협의회를 만든 건 이런 여론을 잘 수렴해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조직을 만드는 것에 반대 목소리도 많았다. 카페베네 본사도 이런 단체가 생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가맹점주들 역시 어용단체가 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서로 잘하자는 취지에서 협의회에 공감을 했고 결국 6개월간의 준비 끝에 조직을 갖췄다.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 이제 6개월 정도밖에 안 되지만 최근 들어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서 의견을 잘 조율하고 있다는 얘길 듣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매월 한 번씩 셋째, 넷째 주 수요일에 정례 모임을 갖는다. 가맹점주뿐 아니라 본사 임원들도 나온다. 지금까지 모임을 5번 가졌다. 가맹점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상권 보호 문제부터 인테리어 A/S, 물류 단가 인하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향후 사업 전략, 마케팅, 신메뉴 개발, 사회공헌 등에 대해서도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모아 본사에 전달했다.

항간에 카페베네 매장이 대거 나왔다는 소문도 들린다.

본사 매각설 얘기도 나오고 많은 점포들이 시장에 나왔다는 소문이 난 것도 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실과 다르다. 본사 매각설에 대해선 김선권 대표이사가 아니라고 밝혔고 매물이 나온 매장도 일부에 불과하다. 물론 장사가 안 돼 폐점한 점포도 있고 매각 차익을 노리고 파는 점주도 있다. 그 과정에서 소문이 과장돼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기존 가맹점 점주가 매장을 확장하거나 2~3개 추가 매장을 낸 경우가 많다.

커피전문점들의 과다 경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2009년 건국대 부근에 가게를 처음 냈을 때만 해도 주변에 커피전문점이 몇 개 없었다. 하지만 불과 2년 새 가까운 곳은 10개 이상 늘었다.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걱정을 많이 한 게 사실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수익률 감소는 없고 잘 유지되는 편이다. 하지만 결국 과다 경쟁으로 수익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커피 원두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2년 전보다 60% 이상 올랐다. 다행히 본사에서 원가 상승률분을 보전해줘서 수익률을 3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가맹점 수가 50개 안팎인 중소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물류 단가 인하가 어려워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졌다.

[김범진 기자 loyal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09호(11.06.0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