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결혼 7년차 공무원 A(여·35)씨는 설 연휴 때 당직근무가 잡혀 지방에 있는 시댁에 내려가지
못하게 됐다. A씨는 지방에 내려가지 않는 다른 직원과 근무를 바꿀 수도 있지만 굳이 바꾸지 않았다. A씨는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A씨는 "10시간이 넘는 귀성길에 익숙하지 않은 요리를 하고 시부모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등 어려운 일이 많다"며 "명절 때는
서울에도 사람이 많이 빠져 다른 날보다 업무량도 덜하고 당직근무일 하루만 고생하면 연휴기간 동안 줄곧 집에서 쉴 수 있다"
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A씨는 시댁에 못내려가는 대신 용돈을 보내드릴 작정이다.
명절 행사 준비로 연휴에도 쉴 수 없는 주부공무원 상당수가 서툰 집안일보다 익숙했던 회사업무를 선택하고 있다.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과거보다 가사활동에 서툰 여성 등이 명절에 휴식을 취할 수 없다면 차라리 익숙한 평소 업무를 선택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결혼 5년차인 또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 B(34)씨는 "결혼 전에는 주변 동료들이 걱정하는 것만 봐왔지만 실제로 경험하니까
다르다"며 "전날까지도 밤샘근무를 하고 시댁에 가선 가사노동을 하게 되는데 솔직히 당직이 걸리면 좋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선 기혼 여성직원들이 명절 때 당직을 서기 싫어하는 남성 공무원들과 근무를 맞바꾸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기존 당직자는 연휴 때 당직을 서는 사람들에게 당직비만큼의 웃돈을 얹어 주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장은 "예전과 같은 전통적 고부갈등은 줄었지만 새로운 명절 스트레스가 계속되고 있다"며 "명절
행사 때 역할 분담이 되지 않고 일이 며느리들에게 집중되면 이 같은 기피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성 직장인들의 행태에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경찰공무원 C(여·38)씨는 "명절에 시댁에 안 가면 당장엔 편할지
몰라도 시부모님 눈밖에 나는 등 부작용이 있다"면서 "차라리 가서 일을 더 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박준우·정철순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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