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당했다. 집까지 구경하고 나서 임대인에게 가계약금조로 100만원을 줬지만 나중에 보니 돈을 받아간 이는 그 건물에
살지도 않았다.
온라인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가 활성화됐지만 사기 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대책은 전무한 수준이다. 현재 군소
부동산 중개 사이트는 물론 대형포털까지 자체적으로 직거래 코너를 신설하고 있다.
중고매물을 취급하는 블로그와 커뮤니티에 개설된 부동산직거래 게시판까지 합하면 정확한 수치를 가늠하기 힘들정도다.
부동산 직거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물론 몇십만원씩 하는 중개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서다.
부동산 관련 사이트들도 직거래 게시판에 배너광고를 넣거나 한달에 1만원정도의 게시물 등록비를 받기 때문에 개인간 거래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직거래사이트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다보니 경쟁도 치열해졌다. 규모가 큰 사이트로 보이게 하기 위해 매물 등록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게시물 등록건수에 제한을 두지 않은 곳도 생겼다.
한 상가매물 거래 사이트는 매물수를 늘리기 위해 아예 팝업창을 통해 임시관리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개했다.
관리자로 등록할 경우 게시물 삭제 등 일부 권한에 제재를 받을 뿐 물건 등록건수에 제한이 없다. 이곳은 "추가로 100개 이상
올려도 무방하다"고 내세우고 있다. 물론 거기에 자신의 정보를 담은 사실 자체를 확인할 길이 없다.
무료로 매물 등록을 할 수 있는 한 사이트는 회원등록만 하면 매물을 올릴 수 있다. 허위 게시물을 막을 안전장치는 회원등록시
기재한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화면 아래 자리한 게시자의 IP주소뿐이다.
온라인 직거래에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젊은 층이 몰리는 것도 우려를 사고 있다. 대학생 등 젊은 층이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원룸, 오피스텔 등 소형매물을 찾기 때문이다. 원룸, 고시텔 등 소형매물을 취급하는 베스트하우스의 고종옥 대표는
"원룸이나 고시원 매물은 내부구조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매물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된다"고 말했다.
회원간 안전거래 문제가 생기자, 대형 직거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120만명의 회원이 가입한 국내 최대규모
의 직거래사이트인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는 '직거래도우미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역별로 중개업소를 섭외해 계약서 작성 대필
서비스, 무료상담, 중개의뢰시 법정중개 수수료 할인 등을 받을수 있게 한 것이다. 결국 중개업소의 힘을 빌게 된다는 점에서 완전
한 직거래라고는 볼수 없지만 어느정도 안전선은 확보된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금을 치른 후에도 가압류 등 계약잔금의 이행을 방해하는 승계 권리들이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에
부동산 직거래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금융기관을 통한 애스크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인식부족과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부동산직거래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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