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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박지성 은퇴, 나의 비겁함이 부끄럽다"

김 만성 2011. 2. 2. 10:29

차범근 "박지성 은퇴, 나의 비겁함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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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 박지혁 | 입력 2011.02.01 21:33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차범근수원 삼성 감독(58)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30. 맨유)을 향해 안타깝고 미안한 속내를 드러냈다.

차 감독은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 C로그'를 통해 "지성이가 은퇴를 합니다. 아니 한다고 합니다"며 "지성이가 은퇴를 한다고 하는 상황은 당연히 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나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함이 배경에 있기 때문에 어렴풋이 느끼는 미안함이 아니라 가슴속에 뭔가가 콕 박혀 들어오는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글에는 축구 선배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차 감독 개인의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차 감독은 "무릎에 물이 많이 차는 모양입니다. 무릎을 너무 많이 쓴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것도 무리하게 어려서 부터"라며 "10세도 안 되는 선수들도 하루에 세 번씩 프로선수들 처럼 훈련을 하는 현실. 정말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걱정스러웠습니다. 내가 그럴만한 힘을 가지지도 못했지만 나는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나서지 조차도 않았습니다"고 아파했다.

이어 "그저 어린이 축구교실을 만들어 즐겁게 축구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게 겨우 내가 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축구는 너무 거칠고 비인간적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축구계 비리는 어린 선수들이 배우는 세상 역시 건강하지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고 더했다.

또 차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그들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기를 강요당하면서 축구를 합니다. 그 결과,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던 최고의 선수를 겨우 30살에 국가대표에서 은퇴시키는 안타까움 앞에서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고 전했다.

차 감독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혹사당하지 않고 유소년기를 보낸 것이 축구를 오래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들 차두리(31. 셀틱) 역시 초등학교 축구부 과정 없이 중학교에 가서 한국식 축구를 시작해 무리하지 않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 몸 상태가 온전한 선수는 차두리가 유일했다며 유소년기의 중요성과 함께 그렇지 못한 다른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어갔다.

차 감독은 "그동안 내가 한국축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스스로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지성이의 은퇴는 나에게 묻습니다"며 "'한국축구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준 게 뭔데?'"라며 "나의 용기 없음이, 비겁함이 부끄럽습니다"고 글을 마쳤다.

박지성은 31일 오전 대한축구협회에서 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차 감독은 오전에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지만 오후에 다시 게시했다.

ero020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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