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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칼바람 뚫고 전세집 구하러 다녀보니

김 만성 2011. 1. 19. 11:26

30대 직장인 칼바람 뚫고 전세집 구하러 다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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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입력 2011.01.19 09:23

 

"전화 잘 하셨습니다. 요즘 전세 귀한거 아시죠. 마침 한 두개 남은 매물 있으니 오늘 저녁 늦게라도 방문하세요." 시작은 유쾌했다. 전세 대란이라더니 인터넷 '부동산OO' 사이트에 올려진 실사진을 보고 전화 한통 넣었더니 매물이 있단다. 속으로 콧 노래를 불렀다.

영하 15도 넘게 떨어지며 칼바람이 매섭던 지난 14일. 30대 직장인인 기자가 직접 원룸 전세를 구하러 발품을 팔러 나갔다. 늦었지만 독립 좀 해보자는 부푼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지하철 부근에서 중계업자를 만났다. 우선 차에 타란다. 매물을 편하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8분이라던 역세권 원룸은 골목과 골목을 거쳐 한참 만에 도착했다. 중계인은 "처음 와서 그렇지 자주 다니면 8분안에 지하철 역에 도착 가능하다"고 웃었다. 우스갯소리로 육상선수면 가능할 듯 싶었다.

도착하니 현실은 매우 혹독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풀옵션에 6000만원이라던 전세 원룸은 책상과 침대 하나 놓고 나니 성인 한 명 더 누울 공간만 확보됐다. 말만 원룸이지 고시원 방 크기였다.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과도 너무 달랐다.

기자가 "방이 너무 좁다"고 하소연하니 중계업자는 "그럴 줄 알았다. 숨겨둔 좋은 집이 있다"고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이전 원룸 보다 좋아보였지만 가격은 이미 9000만원에 육박했다. 중계업자는 "지금 예약자들이 많은데 먼저 계약금을 거는 사람이 임자"라고 계약을 종용했다.

목돈을 지불하는 결정이 쉬울리 없는 법. 고민 후 내일 다시 연락주겠다고 하고 15일 전화를 다시 걸었다.

중계업자에게 계약 의사를 밝혔더니 하루 만에 500만원이 더 올라서 9500만원을 달라고 했다. 같은 건물의 타 원룸이 9500만원에 계약됐기 때문에 집 주인이 자기도 전세값을 올리겠다고 했단다.

또 8500만원이던 전세집이 2주 사이 1000만원 이상 올랐으며 지금 안오면 계약을 못할 것이라고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키로 하고 공인중계사를 사무실을 찾았더니 금방 다른 부동산에서 계약됐고 층수는 2층 더 높고 남쪽이라 채광이 좋은 방이 하나 더 나왔다며 이번엔 1억원을 제시했다. 집주인들이 담합한 듯 조금씩 가격을 올리면서 세입자들의 의중을 떠보는 듯 했다.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봤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연결된 일명 '더블 역세권'이라는 신도림역 부근은 아예 전세가 없단다. 실평수 10평쯤 되는 오피스텔에 전세 1억3000만원 이상 지불할 자신이 있다면 매물을 찾아보겠다고 겁부터 줬다. 강남, 마포, 여의도, 종로 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중계업자는 전세 대란에 대해 "소비자가 문제다. 집은 사지도 않고 전세만 찾으면서 매물을 내놓으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앞으로 전세는 없어지고 매매나 월세만 남을 것"이라고 소비자 탓으로 돌렸다.

또 다른 중계업자는 "도심권과 가까운 역세권 원룸.오피스텔의 집주인들은 전세를 받으려 하지 않고 월세만 고집한다"며 "전세를 구하고 싶으면 외곽으로 빠지면 된다"고 조언했다.

독립을 꿈꾸던 30대 기자는 이후 서울 시내 6개 이상 지역을 방문했지만 전세집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발품 팔면 된다는 말도 통용되지 않았고 월세집으로 구하거나 전세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집주인이 전세값을 너무 올려 다른 집을 알아보러 왔다던 30대 여성이 남긴 "치사해서 대출 받아서 집을 사고 말겠다"는 말이 머리 속에서 맴맴 돌았다.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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