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집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아무래도 내일은 가격을 더 낮춰 내놔야 할 것 같아요"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 대치동 은마 아파트 112㎡에 살고 있는 A씨는 퇴근길마다 동네 앞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른다. 혹시나 매수 희망자가 나타날까 하는 생각에서지만 지난 10월 단지내 하나가 10억 6500만원에 팔렸다는 소식을 들은 뒤 지금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그는 지난 2006년 말 이 아파트를 13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그는 6억원은 기존에 살던 아파트를 판 돈으로, 나머지 7억원은 2금융권인 H캐피탈사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이 아파트 급매물 가격이 급기야 9억 5000만원~10억원선으로 떨어지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씨는 "매입 가격대비 3억 5000만원이나 떨어져 팔기로 마음먹는게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한해 이자로 7000~8000만원을 내고 있어서 도저히 생활이 안돼 결국 아파트를 팔기로 결심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일단 10억원에 내놨지만 보러오는 사람조차 없다"며 "내년에는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하니 가격을 2000~3000만원정도 내려봐야겠다"고 말했다.
모기업체 중역인 또 다른 B씨도 최근 집값 하락에 고민이 커가기는 마찬가지다. 종로구 평창동에 살던 그는 고교에 진학한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재건축 바람을 ?아 2006년 12월 송파구 잠실동 주공 5단지 112㎡로 옮겼다. 강남 재건축이 한창 고공행진을 하던 당시 매입가는 13억 6000만원. 이 아파트는 최근 급매물이 7억 9000만원에 거래되면서 매매가 8억원 선이 무너졌다.
B씨는 "가격이 빠진 것은 그렇다쳐도 3억원에 달하는 대출의 이자도 200만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며 "아이들 교육비와 이자부담,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요즘처럼 힘든 때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무주택 상팔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최근 세입자들은 콧노래를 부르는 상황이다.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단지의 재건축 아파트가 입주에 들어가면서 전세가도 빠지는데다 위치와 층을 골라서 갈 수 있기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세가가 중대형 중심으로 하락하면서 과거보다 적은 부담으로 쾌적한 대형 평형 생활의 기회도 늘고 있다.
지난 10월 입주가 시작된 송파구 잠실동의 엘스(구 잠실주공1단지)는 현재 82㎡의 전세가는 2억 500만원인 반면 108㎡ 2억 2000만원으로 1500만원에 불과하다. 또 잠실 트리지움은 지난 3월 전세가가 82㎡ 3억 500만원, 108㎡ 3억 6500만원으로 108㎡가 6000만원이나 비쌌으나 현재는 82㎡ 2억 5500만원, 108㎡ 2억 8000만원으로 2500만원 정도 차이로 좁혀졌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이사는 "신규 입주 단지에서 전세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 입주하는 곳들은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데다 전세 수요는 없기 때문에 당분간 전셋값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 과잉이 현 경기침체에 맞물려 더욱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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