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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기 대세 속 가격 담합 많아

김 만성 2006. 12. 5. 16:15

조철현 기자  입력 2006/12/05 14:09 수정 2006/12/05 14:31

 

숨고르기 대세 속 가격 담합 많아

아파트시장 들여다보니…다운계약서도 여전

 
요즘 아파트 시장의 기상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11ㆍ15 부동산대책과 비수기 영향으로 추석 이후 들불처럼 번졌던 추격 매수세가 꺾이면서 관망세가 뚜렷하다. 호가도 안정세를 찾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했던 절세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양도세 부담과 가격 추가 상승 기대감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한편에선 집값 담합 행위가 또다시 기승을 부린다. 또 최근 값이 급등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를 실제보다 낮게 적는 다운계약서 작성도 성행하고 있다. 연말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을 둘러봤다.


“시장 상황 좀 더 지켜보자”…추격 매수세 뚝 끊겨

11ㆍ15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3주째를 맞은 아파트 매매시장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도ㆍ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다.

‘전세난’과 ‘고분양가 논란’으로 지난 10월부터 지역ㆍ평형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치솟던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값도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1ㆍ15대책이 나오면서 추격 매수세가 끊기는 등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집값 하락을 우려한 급매물은 눈에 띄지 않는 데다 호가도 여전히 크게 내려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한달 전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빠지기는 했으나 거래는 거의 없는 상태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공인(02-2057-1472) 관계자는 “요즘에는 하루 1~2건 매수문의가 있으면 다행”이라며 “11ㆍ15대책과 비수기 영향으로 추석 이후 확산됐던 매수세는 잦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송파공인(02-422-5000) 최명섭 사장도 “잠실 5단지를 통틀어 10개 정도의 매물이 나와 있지만 매수가 안 붙으니 흥정이 될 리 없다”며 “매도ㆍ매수 희망자 모두 일단은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면 서울 강북권과 비강남권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출 규제가 덜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성북구 정릉동 로얄공인 관계자는 “집값 안정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자 무주택자들이 6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매도ㆍ매수 호가의 격차가 너무 커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집값 상승에 놀라 ‘선 매수, 후 매도’ 전략을 폈던 수요자 가운데 거래 부진에 냉가슴을 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말 평촌신도시 32평형 아파트 매입 계약을 맺은 이모씨(43)는 “집값이 계속 뛸 것 같아 일단 평촌 아파트를 사고 기존 금천구 독산동 35평형을 팔려고 했는데 매수 문의가 뚝 끊겨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금 강화로 매물 많이 나올 거라 했는데…

지난 1일 종합부동산세 납부가 시작된 데 이어 내년부터는 2주택 보유자의 양도소득세가 50%로 중과되지만 세금 부담 때문에 당장 집을 팔겠다는 ‘절세 매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등 일부 단지에서 세금 회피성 매물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생각만큼 많지 않다.

연말에 양도세와 종부세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정부와 청와대의 예측이 크게 빗나간 셈이다. 당장 집을 팔 경우 양도세가 부담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집값이 많이 올라 세금 증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양천구 목동 쉐르빌공인 관계자는 “세금 때문에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이미 예전에 다 팔았고, 지금은 오히려 양도세가 부담돼 처분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집값이 떨어진다는 신호가 오기 전까지 투매 현상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동 E공인 관계자는 “앞으로도 집값이 계속 올라 세금을 무겁게 물더라도 나중에 파는 게 이익이라는 믿음이 워낙 강하다”며 “특히 이해찬 대통령 정무특보의 ‘거주 연수에 따른 양도세 감면’ 발언 이후 양도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면서 ‘일단 버텨보자’는 심리가 더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 부자들이 아파트를 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도 늘고 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벌써부터 세금 증가분을 월세로 떠넘기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월세나 전셋값이 오르면 다시 중소형 아파트 매물이 소진돼 전체 집값이 이상 급등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 부자를 겨냥했던 양도세ㆍ종부세 강화가 애꿎은 서민들의 목을 죄면서 전세대란과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 매도-매수자 사이에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다운계약이 일부 이뤄지고 있는
   고양 풍동지구 아파트 전경. 

“집값 담합은 이렇게 올리는 거야”…다시 고개 드는 집값 담합

부동산 거래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집값 담합은 여전하다. 서울 강북권과 경기도 부천ㆍ고양ㆍ구리시 등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뒤늦게 오르기 시작한 지역에서 담합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단지 주민들이 ‘오를 때 많이 올려 놓자’는 분위기에 편승해 호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부녀회의 아파트 가격 담합 행위에 대한 정부 단속이 심해지면서 요즘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특정 모임이 주로 나서고 있다.

부천 원미구 중동 A아파트의 경우 최근 집값 담합을 위한 전단지를 부녀회가 아닌 ‘A아파트 사랑회’ 이름으로 내걸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사랑회는 부녀회와 달리 단지에 대한 ‘대표성’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전체 주민을 싸잡아 해당 단지를 담합아파트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을 올리자”는 노골적인 내용보다는 특정 단지에 대한 장점과 주변 단지들의 집값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영등포구 당산동 B아파트는 최근 인근 단지와 시세를 일일이 비교한 공고문을 엘리베이터 안에 붙여 놓았다. 이 공고문은 ‘우리 단지는 이런 장점도 있는 데도 인근 단지보다 시세가 낮다’ 내용으로 끝맺고 있다.

인터넷 카페를 이용한 집값 담합도 심각한 양상이다. 아파트 단지별로 입주자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는 물론 지역동호회 관련 사이트에도 집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게시글이 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가격이 주변 아파트보다 저평가돼 있다며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들 카페에는 “우린 언제 종부세 내 보나?”, “집값 올려 내년엔 종부세 고지서 받아보자”, “가격 제대로 반영 않는 악덕중개업자 몰아내자”는 등의 게시글이 넘쳐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담합 주체가 모호한 데다 수법도 교묘해져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격 낮춰 계약하는 게 서로에게 좋아요”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거래가를 낮춰 신고하는 이른바 다운계약도 성행하고 있다. 개발 호재 등으로 최근 아파트 값이 급등한 지역이면서 입주 1년이 안된 단지에서 다운계약을 맺는 일이 잦다.

파주 교하지구에 있는 W공인 관계자는 “거래는 많지 않지만 어쩌다 이뤄지는 매매는 대부분 다운계약”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취득ㆍ등록세가,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양도세가 부담돼 서로 윈ㆍ윈하는 다운계약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래가격을 낮춰 신고하면 매도자는 양도차익이 줄게 돼 양도세를 적게 낼 수 있고, 매수자도 본인의 신고가격에 따라 납부하게 돼 있는 취득ㆍ등록세 등을 아낄 수 있는 데 누가 곧이곧대로 신고하겠느냐는 것이다.

수도권 서북부 인기주거지로 부상 중인 고양 풍동지구에서도 실거래가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풍동지구 아파트를 주로 거래한다는 일산신도시 마두동 B공인 관계자는 “풍동지구에서 인기 있는 I아파트와 D아파트는 입주 1년이 안돼 양도시 차익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매도자는 양도세를 절감하고, 매수자는 거래세 뿐만 아니라 6억원 초과 때 적용받는 대출 규제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다운계약이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귀띔했다.

부동산정보업체에서 제공하는 풍동지구 40평형대 아파트 시세도 실제 거래가보다 2~3억원 가량 낮은 것도 이 때문이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