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 대명사 홍대 리치몬드 과자점 '추억 속으로'
임대료 부담에 31일 폐업
입점 앞둔 대기업 커피점 "우리가 밀어낸 게 아니다"
제과 '명장' 권상범 회장의 리치몬드 과자점 홍대점이 30년 역사를 뒤로 하고 31일 문을 닫게 됐다. 30년 동안 뛰어난 빵 맛으로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세를 이겨내 온 '동네 빵집'의 대명사인 리치몬드 홍대점이 문을 닫게 된 사연이 기구하다.
홍대 앞 거리는 애초 소규모 디자이너 패션 숍과 갤러리, 인디밴드가 공연하는 클럽 등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번화가가 되면서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과 커피전문점 등이 몰려들었고 그만큼 임대료도 껑충 뛰었다. 아무리 유명해도 프랜차이즈 아닌 '동네 빵
집'인 이상 리치몬드로선 급등하는 임대료를 당해낼 수 없었고 결국 30년 역사를 뒤로 한 채 폐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리치몬드 홍대점이 자리한 건물 역시 '1,000원숍'으로 유명한 다이소(1~3층)와 롯데 엔제리너스 커피전문점(1, 2층)이 들어 올
예정이다. 엔제리너스 측은 워낙 임대료가 높아 가맹점이 아닌 직영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5년 전에도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우리 자리에 들어오려고 했는데 내 스스로 제과업계 원로로서 '무슨 일이
있어도 프랜차이즈 제과점만은 안 된다'고 생각해 임대료를 배로 올려주고 영업을 계속해 왔다"며 "이번에는 제과점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도 없어 가족 회의 끝에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1979년 작은 빵집을 열고 유럽과 일본을 수 차례 오가며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을 통해 제과 명장이 된 권 회장은 제자들을
가르치며 성산동 본점과 홍대점, 이대점 등 3개의 점포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올해로 30년째를 맞은 홍대점을 닫게 돼 당분간
2개 점포만 운영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이 건물 1, 2층에 입점하게 되는 엔제리너스 측은 "작년 하반기부터 건물주가 부동산중개업소에 리치몬드제과점
자리를 내놓았고 이번에 우리 점포와 다이소가 들어가게 된 것"이라며 "대기업이 동네 빵집을 밀어내고 들어가는 것이 절대
아닌 만큼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k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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