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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파라치' 전성시대…年수입 1억 넘는 '프로'도 등장

김 만성 2011. 10. 3. 10:34

'학파라치' 전성시대…年수입 1억 넘는 '프로'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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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 박성환 | 입력 2011.10.03 06:24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불법 영업하는 학원도 감시하고 덩달아 돈도 벌고 공익을 위한 고발자라는 자부심으로

'학파라치'가 됐어요."

경기 안양에 사는 주부 한모(47·여)씨는 학원 불법 영업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가 시행된 지난 2009년부터 이른바

'학파라치'로 활동한지 2년이 넘었다.

'학원'과 '파파라치'의 합성어인 '학파라치'는 무등록 영업을 하거나 수강료 초과징수, 교습시간 위반 등의 불법 영업을 하는

 학원들을 적발해 교육당국에 신고하는 사람들을 통칭한다.

중학생 자녀 둘을 학원에 보내다 보니 누구보다 학원의 불법 사례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시작했다는 한씨의 옷과 손가방에는

 초소형 특수카메라 달려 있었다. 또 그동안 불법영업을 적발해 신고한 학원 명단과 노하우(?)가 정리된 수첩도 있었다.

한씨는 서울 강남의 대학입시전문학원을 세 번이나 신고했는데도 얼마뒤에 가보니 여전히 불법 영업을 하고 있어 최근

교육당국에 다시 신고해 포상금 지급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자녀를 둔 주부들은 학원 불법 영업을 적발하기가 무척 쉬워요. 상담을 받는 것처럼 위장하고 고액 학원비와 심야교습 등

 불법 영업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면 되니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예요."

한씨의 통장에는 교육청으로부터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포상금이 입금된 내역이 빼곡하게 찍혀있었다.

◇학파라치도 '전문화'…전문 양성학원 '우후죽순'

정부는 지난 2009년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불법 학원 신고포상금제도(학파라치제)'를 시행했다. 학원을 사교육의

'원흉'으로 보고 일반인들이 학원 불법행위를 신고하게 하고 포상금을 지급해 사교육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시행 2년이 지난 현재 1년에 수입이 1억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는 학파라치가 등장할 정도로 점점 전문화되고 있다.

최근 학파라치 활동으로 2년만에 3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학파라치 양성하는 학원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성업

중이다. 학파라치들의 전문성이 증가하는 데는 학파라치 양성학원들이 한몫 거들고 있는 셈이다.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학파라치라고 검색어를 입력하면 학파라치 관련 학원 사이트들이 수십개가 쏟아진다.

사이트마다 30만~50만원 가량의 수걍료를 내면 신고절차부터 촬영기법, 현장실습까지 시켜준다며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특히 몇몇 사이트에는 많게는 월 1000만원이 넘는 포상금 수입을 거뜬히 벌수있다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학파라치 양성학원. 4일간의 기본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려면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수강생들이 넘쳐났다.

강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40~50대로 보이는 여성 10여명이 옷과 시계, 가방 등에 달린 첨단 특수 카메라 사용방법 등을

교육받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한다.

주부 서모(48·여)씨는 "연봉 1억원이 넘는 학파라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원을 찾았다"며 "불법 학원을 신고해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수업을 듣고 있는 주부 이모(55·여)씨는 "학원들이 법을 너무 준수하지 않기 때문에 학파라치가 생기는 것 같다"며

"자녀를 키우는 주부 입장에서 볼 때 불법 영업을 하는 학원들이 사라져야 교육비도 내려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약점을 노려 돈만 챙긴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고 묻자 "공익적 차원에서 학원을 감시하는

 학파라치들을 폄하하는 것에 불과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학파라치 양성학원 관계자는 학원 등에서 실제 상담을 받으며 불법 영업을 수집해야 하는 학파라치들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0~50대 주부들이 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직업이라고 귀띔했다.

책상 한쪽에 놓인 수강교재에는 ▲학원 간판과 관계자 얼굴을 뚜렷하게 찍을 것 ▲자연스럽게 행동할 것 ▲꼼꼼하게 질문해

 원하는 대답을 유도할 것 등 불법 영업을 적발하는 방법과 주의사항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교육과정은 이론교육과 현장실습으로 나눠 진행된다. 이론교육은 학원 불법 영업 행위를 적발하는 방법과 노하우, 카메라

작동법, 포상금 신고 방법과 절차 등을 교육한다. 이론교육을 마친 초보 학파라치의 경우 학원 강사나 경험이 많은 학파라치와

 함께 이틀동안 실제 학원을 돌아다니며 현장에서 교육을 받는다.

신고 포상금은 '개인과외교습자 신고의무'를 위반한 곳을 촬영해 신고할 경우 12만원을 지급받고 학원법 조항에서 금지한

'수강료 초과징수'의 경우에는 30만원, '학원 설립 등록의무 및 교습소 신고의무 위반'을 신고할 경우 50만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학파라치 "2년간 34억원 벌어"

지난 2009년 7월 '학원 신고 포상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2년간 33억99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 7월부터 도입·시행해 온 학원 신고포상금제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4만9201건 신고

중 8720건(17.7%)에 33억99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입시학원 위주로 신고포상금제도를 개선한 이후에는 9116건 신고 중 1432건(15.7%)에 5억2400만원을 지급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1588건(18.2%) 7억원, 경기 1690건(19.4%) 6억7300만원, 대구 1438건(16.5%) 5억2800만원,

부산 1126건(12.9%) 4억1800만원, 인천 633건(7.3%) 2억3500만원 등의 순으로 지급됐다.

신고포상금 수령자 1232명 중 경기도가 26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 233명, 부산 133명, 대구 117명 등의 순이었다.

이중 5건 이상 수령한 사람은 365명(29.6%)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8720건 중 '학원·교습소 등록위반'이 4219건(48.4%) 21억10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수강료 초과징수'

3846건(44.1%) 11억5400만원, '미신고 개인과외교습' 598건(6.9%) 1억1800만원, 교습시간 위반 57건(0.7%) 1700만원 순으로

 지급됐다.

◇"공교육 개선으로 사교육을 없애야"

학파라치들이 달갑지 않은 학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학원총연합회 조영환 홍보수석부회장은 "교육적인 공간에 학파라치라는 돈벌이꾼이 끼어들면서 신고포상금제도가

돈벌이수단으로 타락했다"며 "수강료 현실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제도가 도입돼 정부는 학원운영자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 부회장은 이어 "학파라치가 늘어나더라도 사교육시장이 주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장 학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과외시장이 팽창해 오히려 사교육비가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원 신고 포상금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원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인 사교육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불법 영업을 하는 학원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교육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는 "학원 신고 포상금제도는 공무원이 미처 관리감독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원업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데 도움되는 제도"라면서 "학원업계의 투명성과 사교육의 실질적

감소는 큰 인과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어 "사교육 팽창의 가장 큰 이유는 내신의 상대평가 때문"이라며 "다른 학생들보다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학원을 돌아다니는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로의 평가방식 전환 등의 공교육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실장은 "학원 신고 포상금제도는 건강한 학원시장의 원리를 세우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이것으로 사교육을 축소하기에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공교육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교육시장이 팽창하는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입시경쟁체제가 너무

심각하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입시경쟁 자체를 완화해 공교육 내실화가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사교육을 축소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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