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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는 斷電] "전력비상 끝"(지경부, 지난 7일 발표) 큰소리 치더니… 韓電 본사도 불 꺼졌다

김 만성 2011. 9. 16. 10:37

[예고 없는 斷電] "전력비상 끝"(지경부, 지난 7일 발표) 큰소리 치더니… 韓電 본사도 불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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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 박순욱 기자 | 입력 2011.09.16 03:09 | 수정 2011.09.16 10:22 |

 

15일 전국에 걸쳐 일어난 사상 초유의 단전(斷電) 사태는 전력의 수요와 공급 조절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가 매뉴얼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또 이를 관리감독하는 지식경제부 역시 적절한 사전·사후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정부나

공기업 모두 매뉴얼이 있었지만 단전 사태가 날 당시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국가전력 수급관리 지휘부는 우왕좌왕하면서

결국엔 어처구니없는 조치를 내렸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 암흑 세상 된 여의도 아파트 - 15일 전국적으로 정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오후 7시쯤 서울 여의도 아파트 단지 내 가로등이 모두 꺼져 컴컴하다. 여의도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이날 저녁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단지 내 가로등과 조경용 전등을 일시 소등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이날 단전 조치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일부 건물도 불이 꺼졌다. 국가 전력공급 지휘부의 '기능 정지'를 상징하는 듯했다.

 현대산업개발 사옥 등 한전사옥 주변 건물들도 단전사태로 일시적으로 깜깜한 밤을 맞아야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전력

관련 기관들의 유기적 시스템 운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1. 지경부, 단전 보고조차도 못받고 우왕좌왕

지식경제부는 이날 전력거래소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했다. 단전이 이뤄진 뒤에야 보고를 받았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3시 단전 실시 직후 지경부에 보고를 했지만 담당부서인 전력과장이 '회의 중'이라는 이유로 10분 늦은 시각에야

보고를 받았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전력거래소가 매뉴얼을 어긴 점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미 단전 조치가 내려져 있어

번복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사후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2. 늦더위 예고됐으나 안이한 전력 수요 예측

지경부는 전력거래소 관리·감독을 잘못한 책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태를 불러온 전력수요 예측을 엉터리로 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경부는 올해 6월 27일~9월 2일을 비상(非常)전력 수급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동안 여름철 냉방수요 등이

많을 것으로 보고 발전소를 총가동해 왔다. 지경부는 9월 늦더위가 계속되자 비상전력 수급기간을 9월 9일까지 일주일 더

연장했다. 그러나 이달 중순에 추석 연휴가 있는 점을 감안, 더 이상 비상전력 수급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연휴 기간 동안

기업체 가동이 중단돼 전력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의 기온은 추석 연휴 기간 중에도 섭씨 30도를

계속 웃돌았다. 더구나 연휴가 끝나고 기업체들이 정상가동하는데도 비상수급체제를 재가동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낮 기온이

32도까지 치솟아 냉방수요가 폭증했지만 상당수 발전소는 정비를 이유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있었다.

지경부는 지난 7일 여름철 전력비상 상황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보고 "올해 여름 전력 피크에 따른 전력부족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화자찬식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3. 전력거래소, 매뉴얼 무시하고 조기 단전

정부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항상 예비전력 400만kW 이상을 유지한다. 만약 전력수요가 폭증해 예비전력이 400만kW 미만

으로 떨어지면 전력거래소는 예비전력 감소 정도에 따라 발전소 가동을 늘리거나 절전을 유도하는 등 예비전력을 늘리기 위한

'액션플랜'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단전을 결정한 전력거래소는 '정해진 매뉴얼을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순간 예비전력이 148만kW까지 떨어지자 당황한 나머지 최고 심각단계 실행조치인 단전조치를 곧바로 시행했다.

매뉴얼에는 예비전력이 100만kW 미만으로 떨어졌을 경우에 단전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력거래소가 이를

지키지 않아 전 국민의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4. 한꺼번에 발전소 25기 무더기 정비에 들어가

발전소 정비는 철저한 전력 수요 예측에 따라 지식경제부, 한전, 전력거래소, 한전의 발전 자회사가 충분히 협의한 뒤 이뤄져야

한다. 발전 자회사들은 발전설비 정비를 위해 가동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력거래소 승인을 받도록 돼있다. 하지만

늦여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날 전국의 25기(원전 3기 포함) 발전소가 정비를 이유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있었다. 25기의

발전용량이 834만kW에 해당했다. 이 발전소 중 절반만 정상 가동됐다면 이런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5.전력공급 담당하는 지휘부의 총체적인 직무유기

전국 162만 가구 단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결국 전력 생산과 공급을 총 책임지는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의 비상시에 대비한 유기적인 시스템이 전혀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에는 늦더위로 예비전력은

올여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544만kW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지경부는 지난 9일 여름철 전력 비상수급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예정대로 발전소가 무더기로 정비에 들어가도록 했고,

 한전과 전력거래소, 발전 자회사 어느 한 곳에서도 비상 신호를 울리지 않았다. 국가 전력 수급을 담당하는 지휘부의 총체적인

무사안일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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