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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잡는 로드뷰? 딱걸린 기획부동산

김 만성 2010. 12. 17. 11:57

귀신도 잡는 로드뷰? 딱걸린 기획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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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입력 2010.12.17 09:04

 

 

< 정태일 기자@ndisbegin >

기획부동산업자에게서 전원주택부지로 인천 제부도 땅을 소개받은 박모(42)씨. "마리나항 개발 등 호재가 수두룩하다"는 말에 혹해 청약금까지 입금했다. 현장을 찾은 박씨는 그러나 뒤집어졌다. 허허벌판에 깍아지는 절벽, 길 하나 없는 맹지였다. 후회막급, 땅을 쳤지만 청약금을 날렸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들을 울궈먹던 기획부동산업자들이 실제 지형과 거의 똑같은 항공사진에 이어 길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로드뷰가 등장하면서 설자리를 잃고 있다. 투자자들이 직접 현장을 가보기 전까지는 전적으로 업자들의 얘기를 믿었지만, 진화된 지도기술로 클릭과 터치만으로 투자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사기성'이 금새 들통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역할은 로드뷰였다. 항공사진은 전체적인 지형을 파악할 수 있지만 현실감은 떨어진다. 하지만 로드뷰는 마치 실제 걸어가는 것처럼 현장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토지 투자에 중요한 경사도, 도로변과 접한 정도, 사방의 경관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 투자자들은 로드뷰에 지번을 입력해 해당 토지를 샅샅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그동안 투자자에게 땅에 대한 정보를 독식하면서 장밋빛 개발호재를 홍보하던 '정보의 비대칭성'이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기획부동산 관계자는 "이전에는 투자자들에게 지번을 알려주면 신ㆍ군ㆍ구청에 전화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실제 현장에 가본 것처럼 우리보다 훤히 꿰뚫고 있어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업자들이 투자성사의 7부 능선을 넘었다는 현장답사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거엔 답사 명목으로 가계약금 300만~500만원을 받고 현장에 데려가선 각종 감언이설로 투자 부추겼다. 투자자가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해도 갖은 핑계로 구슬리며 설득해 기어이 땅을 팔았었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어렵게 현장방문 스케줄을 잡고 계약금까지 약속 받았다는 강남구 역삼동의 또다른 업자, 그는 "투자자가 로드뷰로 확인해봤다며 사기치지 말라고 하더라"고 허털해했다.

손님이 끊이면서 기획부동산업자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실제 기획부동산들이 대거 둥지를 틀었던 강남 논현동 일대는 빈 사무실이 부쩍 늘었다. 논현동 K공인 관계자는 "2007년 강남 일대 80곳에 이르던 기획부동산 업체가 현재 20곳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업자들은 정식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거나 경매컨설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경매컨설팅 사무실을 차린 한 업자는 "기획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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