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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전셋값 꿈틀꿈틀

김 만성 2008. 2. 21. 12:25

김영훈ㆍ함종선 기자 입력 2008/02/18 19:33 

연초부터 전셋값 꿈틀꿈틀

중소형 아파트, 강남ㆍ목등 등지 들썩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이미 휘발유와 식료품 같은 생활 물가는 오를 대로 올랐다. 서민 살림살이가 갈수록 힘겨워 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의 근원지는 서울 강북이다. 뉴타운을 비롯한 도심 재개발이 잇따르면서 이사할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세 재계약이 많은 짝수 해여서 소형 주택은 동난 상태다.

강남 아파트 전세도 불안하다. 새 정부의 영어 교육 강화와 자율형 사립고 확대 방침이 학원 밀집 지역의 전세 수요를 부추겼다.

박은철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셋집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중소형 주택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본격적인 이사철인 3월이 되면 중소형 주택의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ㆍ 강북할 것 없어

서울 성동구 성수동 66㎡(20평) 빌라 전세는 8000만~1억3000만원에 거래된다. 올 들어 1000만원 이상 올랐다. 이마저도 구하기가 어렵다.

성북구 삼선동 명가부동산 서영기 사장은 “재개발 기간 동안 살 집을 찾는 사람이 몰리면서 방 3개짜리 빌라(100㎡)의 전셋값은 올 들어 3000만원이 올라 1억5000만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전세 시장이 불안하다. 지방에서도 대규모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재개발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85㎡) 전셋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은평구 불광동은 6개월간 6.5% 올랐고, 금천구 독산동과 강북구 번동은 5% 이상 가격이 뛰었다. 재개발로 값싼 연립 주택이 헐리면서 전세난을 가중시켰다.

학원가가 있는 강남과 목동, 중계동에는 새 학기를 앞두고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대치동 우성 1차 102㎡ 아파트는 올 들어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지난해 11월 3억원 안팎이던 잠실의 109㎡ 아파트 전셋값은 4억원을 넘어섰다. 1월 말 강남구 전체의 전셋값은 1년 전에 비해 0.4%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한달간은 0.1% 올랐다. 전셋값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에서도 대규모 재건축 지역의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울산 동구, 대구 수성구, 부산 북구가 대표적이다. 울산 동구의 전용면적 82.5㎡ 아파트는 지난해 말에 비해 2000만~3000만원이 올랐다.

울산 21세기 부동산 고문수 대표는 “보통 5~10명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전셋집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몰린 재개발

집값 잡자고 내놓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우선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 분양가 상한제가 한 예다. 서울에서 올해 재개발로 인한 이사 수요는 4만 가구에 이른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재개발조합이 사업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면서 지난해 11월까지 관리처분 신청을 한 아파트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건설업체의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몰릴 수밖에 없게 한 셈이다.

강남 전세값 상승은 새정부의 교육 정책 영향이 크다. 잠실 삼성공인 이경옥 소장은 “문의 전화가 계속 오지만 전세로 나온 집이 없어 소개를 못 해준다"며 “대부분이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이사 오겠다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장미빛 청사진은 나왔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새 정부 주택 정책도 전셋값에는 부담이다. 지분형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전셋값의 반만 있어도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발표에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도 매입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 우선 공급 정책도 이런 대기자를 늘렸다.

건설교통부는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서울에서만 5만4000가구가 새로 입주하기 때문에 공급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 수요가 많은 강북권 입주 물량은 1만6000가구에 불과하다. 이사를 해야하는 4만 가구를 흡수하기엔 역부족이다.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는 지난해보다 배가 많은 2만9000가구가 입주한다. 하지만 대부분 7월 이후 입주여서 수요가 몰리는 3월의 전세난을 해소하기에는 시차가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2000년부터 4~5년간 강남에선 재건축을 앞두고 집값이 오르고, 재건축이 시작되면 전셋값이 올라 집값이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있었다"며 "앞으로 강북에서 이런 악순환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선호 건교부 주택정책팀장은 “이사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재개발 시기를 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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