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로 끝난 정운찬씨의 정치실험
정 전 총장은 그동안 잠재적 범여권 후보로 여겨지면서 이런저런 말이 많았는데 이번 불출마 선언으로 그를 둘러싼 여러 관측도 일단락되게 됐다.
정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 정치세력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세력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건 전 총리와 비슷한 대선 출마 포기의 변이다.
어쨋든 올바른 판단이라고 본다.
정 전 총장 말대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정치 지도자로서 자격을 인정받는 게 순서다.
그러나 우리 정치 현실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지역적인 연고를 내세워 조금이라도 틈만 보이면 학자든 기업인이든 불나방처럼 대선 정국에 뛰어들어 권력을 차지해보려는 행태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정 전 총장도 "충청인이 나라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 왔다"는 등 은근히 출신 지역을 밝히는 발언을 삼가지 않은 터라 이런 구태에 기대려 한다는 의심이 없지 않았는데 불출마 선언을 했으니 이런 잡음도 사그라지게 됐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경제는 경제인에게 맡겨야 하듯이 학자는 학문의 길을 걷는 게 본분에 맞는 일이다.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유력 대선주자 진영을 들락거리는 다른 교수들도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를 합성한 '폴리페서(Polifessor)'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라는 것은 대학 사회에 이런 행태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교수들의 정치 참여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본분인 연구와 강의는 뒷전으로 한 채 정치권만 엿보는 교수들이 늘면 대학 경쟁력 제고는 그만큼어려워진다.
대학이 경쟁력을 잃으면 지식 창출과 인재양성 능력은 약화되게 마련이고 국가 장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는 유력 대선주자와 함께 이른바 '잠룡'이라 불리는 군소 대선주자들이 난립해 있다.
무조건 대통령이 돼야겠다는 자세를 지양하고 어떤 정책으로 국가를 바르게 이끌지 비전을 분명하게 세워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정치판의 기본을 바로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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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4.30 17:10:01 입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