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병 비싼 땅값 (3)◆
`비싼 땅`은 한국인 `삶의 질`을 추락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7년에 걸친 싱가포르 생활을 접고 지난해 귀국한 김 모씨(33)도 `비싼 땅`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
김씨가 싱가포르에서 살던 집은 오차드 거리에서 전철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1200평방피트(33.7평)짜리 콘도(민영 아파트)였다.
임차료는 월 1400싱가포르달러(86만원). 수영장 헬스장 테니스장은 기본이고 스파와 사우나 시설도 완비돼 있다.
룸메이트 1명과 집을 함께 쓴 김씨는 월 43만원만 부담했다.
김씨가 국내에서 구한 주택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 8평짜리 다가구주택 원룸으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6만원이다.
은행 월세이율 0.99%를 적용하면 김씨는 월 45만9000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 임차료와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김씨가 느끼는 `삶의 질` 추락은 엄청난 것이었다.
원인은 비싼 땅값 때문이다.
김씨가 사는 8평짜리 원룸 가치는 6827만원으로 이 중 건물 값을 뺀 땅값이 5387만원에 달한다.
무주택자만 비싼 땅값 때문에 `덤터기`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피해자다.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2억8112만원이다.
이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6.8%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가구당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각각 36%와 50%에 불과하다.
일본도 61.7% 수준이다.
한국인이 땅에 쏟아붓는 비용과 정성,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내 땅`을 가지기 위해 평생을 아끼고 노력한다.
어렵사리 `내 땅`을 소유하더라도 제대로 된 소비와 재테크를 기대할 수 없다.
박헌주 주택도시연구원장은 "땅 공급을 늘려 토지시장을 안정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법적인 골격은 이미 마련돼 있다"며 "결국은 실천력 문제"라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부동산에 묶여 있는 돈은 가장 비생산적인 투자자금"이라며 "토지 공급 확대를 국가적 어젠더로 삼아 실천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진우 팀장(부동산부) / 김인수 기자(부동산부) / 심시보 기자(유통부) / 김규식 기자(경제부) / 김태근 기자(경제부) / 이승훈 기자(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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