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구로지역, 쪽방ㆍ빌라 재개발 기대감에 꿈틀

김 만성 2007. 4. 18. 19:50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공업기능이 떨어진 준공업지역 안에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건설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 구로ㆍ금천ㆍ영등포구와 안양시 등 준공업지가 많은 지역의 주택 값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구로ㆍ금천구는 공장이 빠져나간 곳이 곳곳에 널려 있는 데다 1가구당 5평 내외의 일명 벌집ㆍ쪽방촌이 밀집해 있어 이번 준공업지 공동주택 활성화 방안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다.

17일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4번 출구를 나서니 길 건너편으로 꼬불꼬불한 골목길과 연결된 삼거리의 대로변으로 낡은 상가들이 눈에 띄었다.

가리봉 균형발전촉진지구다.

반대편 대로변 상가 뒤편으로는 빌라가 빽빽이 들어섰다.

인근 J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가리봉 균형발전촉진지구 사업시행 고시가 되면서 빌라를 사겠다는 강남 아줌마들이 한 차례 휩쓸고 갔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이렇다 할 매수세는 없지만 대부분 빌라는 매물 자체가 없고 가격도 연말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은 상태"고 전했다.

실제로 구로2~4동 일대에는 대지면적 20평 내외에 대지지분 5평 미만인 5층짜리 빌라(법적으로는 5층이 넘기 때문에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들 빌라는 전체를 한꺼번에 팔고사기 때문에 이른바 `통빌라`로 불린다.

한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와 있는 한 `통빌라`는 대지면적 23.4평의 5층 빌라로 층별로 1가구씩 총 5가구가 거주중이다.

대지면적을 가구 수로 나눠 보면 가구별 대지지분은 약 4.7평꼴로 나온다.

이 같은 통빌라의 매도 희망 가격은 5억원. 가구당 1억원 꼴이지만 전세 가격이 가구당 6000만~6500만원 정도라 전세를 끼고 통빌라 한 채를 사는 데 드는 금액은 1억7500만~2억원 수준이다.

J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통빌라 한 채가 2억8000만~3억원 수준이었다"면서 "전세를 끼고 살 경우 현금 8000만~1억원 정도만 있으면 살 수 있었지만 한 발 앞선 투기세력이 가격을 올려놓아 지금은 2억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로ㆍ금천 일대의 다세대주택이 주목받는 것은 다세대주택 지역이 아파트로 개발되면 대지지분이 있는 주택을 소유한 집주인은 주택 한 채당 아파트 한 채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

물론 한 사람이 여러 채를 소유하고 있으면 아파트 한 채받을 권리만 행사할 수 있다.

통빌라를 사들여 최악의 경우 2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받는다면 시세차익이 그리 크지 않겠지만 5가구가 거주하는 통빌라 한 채를 소유하고 가구별로 다섯 채의 아파트 분양권을 받는다고 가정해 시세차익을 노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현재 인근에서 가장 가격대가 낮게 형성돼 있는 구로 두산위브 21평형을 근거로 통빌라의 투자가치를 설명했다.

지난해 재개발을 끝낸 두산위브 21평형의 1월 실거래가는 2억3000만원으로 평당 1100만원 수준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데 조합원 분양가는 평당 700만원 정도인 1억5000만원 선으로 시세차익은 8000만원 정도였다.

현재 이 지역에서 매물로 나온 통빌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대지지분이 비슷해도 호가는 3억5000만~7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지은 지 3년된 신축 건물 가격이 가장 비싼데 임차인을 구하기 쉬운 데다 수리비 등 유지비가 적게 들기 때문.

재개발 추진시 권리가액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어 아파트 배정시에도 다소 유리하다.

하지만 지구 지정이 안된 상태라 사업 진행을 예측할 수 없어 오랫동안 돈이 묶일 수 있고 기대한 만큼 시세차익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서울시가 일단 건교부의 준공업지 공동주택 활성화 방침에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최소한 서울시내에서는 규제를 더 완화하기가 어렵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것도 변수다.

가리봉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때 뉴타운으로 지정된다는 말도 있었지만 2기 사업 진행도 더딘 상태에서 어떻게 4기 뉴타운 지정을 말할 수 있겠냐"면서 "가리봉 균형발전촉진지구 개발이 진행된 2012년 뒤에나 개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경옥 기자 / 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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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8 16:46:01 입력